전능자

순교자의 삶이 다시 묻는 ‘성공’의 기준

엘리자베스 엘리엇의 『전능자의 그늘』은 단순한 선교 영웅 이야기나 감동적인 전기라기보다, 짐 엘리엇이라는 한 사람의 일기와 편지를 통해 “성공이란 무엇인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책이었다. 에콰도르의 마지막 미전도 부족 가운데 하나였던 아우카(와우라니) 인디언에게 복음을 전하다가,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네 명의 동료와 함께 창에 찔려 순교한 짐 엘리엇의 생애를 아내가 정리해 엮은 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독자의 마음은 숙연해진다. 그러나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극적인 결말’ 때문이 아니라,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한 청년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 야망과 로맨스까지 씨름하며 복종의 자리로 나아갔는지를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학 공부와 언어 훈련, 진로 고민, 결혼과 사역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면의 기록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는 순교자라서 특별했다”가 아니라 “나와 똑같이 흔들리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선택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내가 쫓고 있는 ‘성공’의 기준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안전보다 순종을 택한 신앙의 얼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짐 엘리엇이 위험을 몰라서 달려든 ‘무모한 모험가’가 아니라, 에콰도르 정글과 아우카 부족의 위험을 충분히 알면서도 그 길을 택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을 하나님께 드리고, 잃을 수 없는 것을 얻는 사람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고백처럼 안전과 안정을 내려놓고 복음을 선택한다. 엘리자베스는 남편의 편지와 일기, 주변의 증언들을 통해 이 결정이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오랜 기도와 말씀 묵상의 씨름 끝에 나온 것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선교지에 갈까 말까”라는 질문을 넘어서, 내가 안전·평판·미래 보장을 신앙보다 더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순종을 말하면서도 결국 계산과 타협 속에서만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의 원제 Shadow of the Almighty는 시편 91편의 “전능자의 그늘”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엘리자베스 엘리엇은 남편의 죽음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피비린내 나는 정글 한가운데서도 하나님은 통제권을 잃지 않으셨다는 고백을 끝까지 붙든다. 전능자의 그늘 아래 산다는 것은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조차 하나님의 손 안에 있음을 인정하는 자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깊은 위로와 동시에, 그 그늘 아래 산다는 것은 내 계획과 소유를 정말로 내려놓을 준비가 필요하다는 두려운 겸손이 함께 남는다. 『전능자의 그늘』은 순교라는 사건을 통해 ‘고통 없는 보호’가 아니라 ‘죽음조차 삼키는 보호’라는 복음의 깊이를 보여 주며, 편안한 신앙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말 그분의 그늘 아래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오래 남긴다.

elliot
관리자
Author: 관리자

관리자

“전능자의 그늘”에 대한 1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